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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전북일보] 우한용, <수상한 나무>

by 푸른사상 2020. 2. 13.


소설로 탐험하는 아프리카 세네갈

우한용 교수 연작소설 ‘수상한 나무’

식민지 역사와 현실 다룬 11편 엮어


“커튼 자락을 잡은 채 그 자리에 굳어붙어 서고 말았다. 작은 탁자 위에 해골이 하나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문바오는 해골! 하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 밑으로 자신의 해골이 만져졌다. 자기가 자신의 해골을 끌어안은 셈이었다.” 표제작 ‘수상한 나무’ 62~63쪽.


우공 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가 펴낸 <수상한 나무>(푸른사상)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그리고 시인이 초대 대통령이었던 아프리카 세네갈의 역사와 현실을 다룬 연작소설이다. ‘독자의 편지에 작가가 보내는 답신’을 통해 밝힌 것처럼, 세네갈을 여행하기 전후해서 우 교수의 관심이 세네갈로 줄기를 뻗었던 11편의 작품을 ‘느슨하게 연결’한 소설집.


우 교수는 왜 세네갈에 갔을까. 그는 ‘답신’에서 이렇게 밝혔다.


“한국과 세네갈을 비교해보면서, 자국어를 사용하는 민족, 자국어를 표기하는 문자가 있는 나라 등을 생각하는 중에 의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식민지, 언어제국주의, 인간에 대한 보편적 사랑, 그런 항목들이 의문의 핵심이었습니다. 현지에 가보면 그런 의문의 꼬투리가 조금 벗겨질까 해서 세네갈에 갔던 겁니다.”


세네갈 여행이라는 실제 경험과 허구적 상상력을 통해 완성된 소설들에는 우 교수의 예리한 통찰력과 깊은 사유가 담겨있다. 직접 촬영한 사진의 강렬함도 소설들과 어울려 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폭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그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폭력이 습관화되면 그게 폭력이란 걸 모르게 된다.”- ‘늘 푸른 칼날’ 141쪽.


습관이 인간 의식을 마비시킨다는 문장은 섬뜩하다. 그래서 독자가 인간의 문제를 성찰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 소설집에는 소설 쓰기와 읽기, 시 등 문학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우 교수는 소설 쓰기와 읽기는 모두 ‘지적 편집’이라고 말한다. ‘시는 말의 칼’이며, 문학은 자신의 내면에서 ‘칼질을 하는 일’로 봤다.


“별은 혼자서 별자리를 만들지 못합니다. 별자리, 조디악을 만들자면 별이 몇몇 있어서 어떤 형상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 책은 바오밥나무의 아름다움과 함께 낯선 땅의 아픔이 빛을 내는, ‘별’이 모여 형상을 이룬 ‘별자리’다.


우 교수는 충남 천안 출신으로 전북대 교수,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한국현대소설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로 있다.


<월간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단편집 <불바람>, <귀무덤> 등, 중편집 <도도니의 참나무>, <사랑의 고고학>, 장편소설 <생명의 노래>, <시칠리아의 도마뱀> 등이 있다. 시집으로 <청명시집>, <낙타의 길>, <검은 소>가 있다.


전북일보. "소설로 탐험하는 아프리카 세네갈", 이용수 기자, 2020.02.12

링크 : 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76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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