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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국민일보] 정세훈, <파지에 시를 쓰다>

by 푸른사상 2019. 10. 4.



정세훈 시인 산문집 ‘파지에 시를 쓰다’ 출간

시인 정세훈의 산문집 『파지에 시를 쓰다』가 <푸른사상 산문선 25>로 출간됐다.

이 산문집에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시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은 시인의 삶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스스로 ‘실패’와 ‘패배’를 말하지만 그의 삶과 문학이 누구보다 치열했음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정세훈 시인은 195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89년 『노동해방문학』, 1990년 『창작과 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시인이 됐다. 시집 『맑은 하늘을 보면』 『부평 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등 다수와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장편동화집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송사리 큰눈이』,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등을 간행했다. 인천작가회의 회장, 리얼리스트100 상임위원(대표), 한국작가회의 이사, 제주4·3제70주년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공동추진위원장, 소년희망센터 운영위원, 위기청소년의좋은친구어게인 이사, 서해평화포럼 평화인문분과위원, 인천민예총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17세. 너무 이른 나이에 육체노동자가 되어 노동을 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노동자를 알게 되었고 노동을 알게 되었다.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을 포기해야 하는 것임을, 노동은 자본의 노예라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았다. 이러한 노동판이 문학을 하도록, 나를 이끌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공정하지 못하고 공평하지 못하고 공의롭지 못한 그 노동판에서 어린 노동(자)는 너무 일찍 병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미처 알아차릴 사이도 없이 자본의 병이 급습했다. 자본에 피를 팔고 뼈를 팔아 피골이 상접해 쓰러져도 한순간쯤은 성공하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어린 노동자였던 나는 올해 우리 나이로 65세가 됐다. 그동안 살아온 것이 아니라 혹독한 자본에 맞서 견디어왔다. 견디어온 삶이기에 어느 한때 어느 시기를 살펴보아도 제대로 내세울 만한 성공한 삶이 한순간도 없다.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한 삶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결과가 이를 막고 있다. 실패한 노동! 그 삶들을 호명해 기록한다.”고 썼다.

출판사 리뷰에는 이런 글도 올라와 있다.

“우연히 읽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접하고 처음으로 시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홍성 소년’의 노동과 문학의 역정을 담은 산문집이다. 그는 가난한 가정형편 탓에 진학도 포기한 채 돈을 벌어야겠다고 작정하고 서울부터 부산까지 전전한다. 잘 곳이 없어 대형 냉동고나 가마솥에 숨어 지내야 했다. 어렵사리 영세 에나멜 동선 제조업체에서 자리를 잡았으나 석면과 독한 화공약품 등에 노출된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건강을 잃는다.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한 대가로 얻은 것은 직업병뿐이다.
그러나 그는 문학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공장 작업장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파지에 시를 썼다. 세상은 그를 노동자 시인이라 부른다. 시를 통해 그는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을 말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가난과 병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사이의 연대를 강조한다.
정세훈 시인은 자신을 ‘실패한 노동’이라고 규정한다. 그 스스로는 자신의 인생과 문학을 성찰하며 그렇게 규정할 수 있겠지만, 노동과 노동자의 가치가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워온 그의 삶을 그 누가 감히 실패라 할 수 있을까.”


국민일보, "정세훈 시인 산문집 ‘파지에 시를 쓰다’ 출간",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2019.10.3

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782207&code=6112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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