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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농민신문] 유경숙, <세상, 그물코의 비밀>

by 푸른사상 2019. 5. 28.


[새책] ‘농민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의 산문집




 
신문·잡지 등에 기고했던 글 54편 엮어

2001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유경숙 작가가 산문집 <세상, 그물코의 비밀>을 냈다. 그가 여태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했던 짧은 글 54편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됐는데 그중 2부의 제목이 바로 ‘세상, 그물코의 비밀’이다. 그물코는 그물에 뚫려 있는 촘촘한 구멍을 일컫는다. 저자는 “제 살 궁리로 골몰하는 모든 생물과 사물의 치열함이 마치 그물코처럼 모여 세상의 메커니즘을 만들어낸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그는 일상 속에서 종종, 오래도록 발걸음을 멈추고 야생화, 고욤나무 싹, 서랍 속의 편지 등이 만들어낸 그물코를 포착하려 애썼다. 자연현상과 세상의 관계를 탐구하고 생물의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해 글로 써내려갔다.

1부 ‘모정’에선 무조건적이지만 때론 자식에게 독이 되기도 하는 모성애를 다뤘다. 전쟁 포로가 돼 정체성을 잃어버린 남자와 그의 어머니의 비극적 이야기 등이 독자의 흥미를 끈다. 3부 ‘도원을 찾아서’에선 전남 완도 보길도, 한강 하류의 손돌목 등 여러 장소에서 받은 느낌을 표현했다.

다양한 문학과 영화에 대한 저자의 감상도 엿볼 수 있다. 4부 ‘책과 영화의 뒷담화’에서 저자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 “건조체 문장이 여름 장맛비에 어울린다”고 적었고 영화 <간신>을 보고선 “인간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이기적 괴물’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5부 ‘내가 따를 사표’에서는 작가가 인생 스승으로 삼은 여러 인물이 소개된다. 이탈리아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였던 니체 등이 그에게 지식과 영감을 줬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을 통해 “삶의 절반의 안내자는 여행이었고, 책이었으며 여기서 얻은 소재나 경험이 글의 동력이자 살아가는 힘”이라고 밝혔다. 낯선 이국땅을 걷다보면 평소 책을 읽으며 품었던 의문에 대한 해답이 번뜩 떠오른다는 의미다. 이렇게 호기심이 생기면 끝까지 추적하는 작가의 집요함에 풍부한 상상력과 지식이 더해져 놀라운 글들이 탄생했다.

세상, 그물코의 비밀 / 유경숙/240쪽푸른사상 / 1만5500원 / ☎031-955-9111

[농민신문], 김민지 기자, 2019.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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