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평론집은 제1부 현대시 이미지론(주제론), 제2부 동시대 시인의 작품론, 제3부 서사시론, 제4부의 소설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지의 영토’ 라는 평론집의 제호는 언어로 창조한 형상과 이미지로 이루어진 문학작품의 세계를 가리킨다. 그와 같은 세계의 기원과 원천은, 반영 방식의 차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 둔다면, 개인의 일상이나 공동체의 역사가 될 터이다. ‘영토’란 우리가 살아오고 또 살아갈 현실이자 그 현실을 재현한 형상의 공간을 동시에 가리키는 것이다. 이 두 종류의 영토는 다른 차원에 속해 있지만 가장 긴밀하게 조응하는 공간이다. ‘이미지’는 지형도나 지질도와 같이 ‘영토’를 조감하는 축도(縮圖)라고 할 수 있다.
평론집의 제1부는 현대시에 나타난 이미지와 이미지의 원천인 영토와의 관계를 캐묻는 작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는 「동굴과 침실 이미지의 계보학」이다.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에 나타난 중심 이미지인 ‘동굴’ 이미지의 기원과 문화사적 의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본 것이다. 이러한 탐색은 시와 문학에 나타난 이미지와 형상이 형성되는 맥락을 되짚어 보는 작업인 동시에 이미지와 형상이 환기하는 의미를 논의하는 단초가 된다. 그리고 당대의 현실과 역사의 은유로 사용된 인동(忍冬) 모티브 혹은 겨울 이미지(이육사와 정지용), 궁핍한 시대의 일상과 가족의 이미지(박목월), 비참한 민족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전도(顚倒)시킨 ‘오랑캐’의 이미지(이용악), 미각과 후각으로 복원한 고향 이미지(백석), 철도와 기차의 이미지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룬 문제의식도 마찬가지이다.
제2부는 동시대의 시인들과 작품론으로 대부분 서평 형식의 글이다. 이가림의 작품을 관류하는 원형질을 “교감과 순간의 시정신”이라고 보고 있다. 박영근이 남긴 작품에 나타난 특징을 “절망과 고통의 육체화 현상”으로, 이희중의 시적 태도에서 “환멸로 표현된 이상주의”를 발견한다. 맹문재의 시에서는 “물신사회의 황량함에 비례하여 깊어가는 주체의 내면 응시”를, 최종천의 시가 지니는 독특함은 “노동에 대한 현상학적 관찰”로 파악하고 있다.
제3부는 서사시에 관한 글로 구성했다. 김동환의 서사시 「국경의 밤」과 「승천하는 청춘」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서사시의 발생 배경 및 작품과 현실적 응전력을 논하고 있다. 고려 중기의 문인이었던 이규보의 한문서사시 「동명왕편」의 창작 배경을 논한 글에서도 이 작품이 몽골 침입이라는 민족사적 위기의 시대에 창작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저자가 향가를 서사시와 함께 논의한 것은 논의의 여지가 많다. 저자는 「처용가」나 「헌화가」와 같은 향가의 배경설화와 노랫말과 당대 역사가 긴밀한 연관을 이루고 있어 서사시의 성격이 강하다. 배경설화는 물론 삽입가요 역시 당대 현실의 맥락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4부는 소설론이다. 황석영의 『손님』(2004)이 갖는 화해의 길과 창작방법론의 특징, 현길언의 소년소설 3부작(2003: 『전쟁놀이』,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못자국』)이 지닌 역사소설과 성장소설의 성격, 방현석의 단편 「새벽출정」(1988)의 스토리 형식과 그 모델이 되었던 ‘세창물산’ 노동조합, 박태원의 『천변풍경』(1936)에나타난 소설 기법상의 특징,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타난 중도적 인물 김범우의 성격과 분단문학의 과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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