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매일신문] 박지영 <꿈이 보내온 편지>

by 푸른사상 2018. 5. 19.

매일 아침 꿈 일기, 나를 찾는 흥미로운 여행…『꿈이 보내온 편지』



                

                                꿈이 보내온 편지/ 박지영 지음/ 푸른사상 펴냄

 

 

의성 출생의 지은이가 섬세하고 단아한 언어로 ‘꿈’을 기록한 산문집을 펴냈다. 1992년 ‘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를 깊이 연구하고 싶어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후 꾸준히 시집과 평론집을 내왔다.

이번 책은 ‘자신의 잃어버린 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책 뒷면 표지에 다소 긴 글을 소개하고 있다. “나는 꿈을 많이 꾼다. 내가 미처 꾸지 못한 꿈들이 걱정되기도 한다. 말이 되지 못하고 그냥 스러져버릴 꿈들에 대해서 말이다. 예전에는 꿈을 무심히 넘겨버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꿈은 나에게 보내오는 신호 같기도 하고, 신이 전하는 계시 같아서 기록하게 됐다. 꿈은 나의 소중한 자산이다. 꿈은 들여다볼수록 경이롭다. 꿈이 없었다면 우리는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내 안에 어떤 힘이 나를 끌고 가는 것 같다. 난 그걸 풀어내기 위해 쓰고 또 쓴다.”

저자는 이 책의 출판을 위해 그동안 신문에 연재한 칼럼과 노트 필기, 메모에서 원고를 추렸다. 심오한 철학이나 이론은 아니지만 꿈에 대한 작은 단상들을 모아서 잃어버렸거나 아직도 찾고 있는 자신의 꿈을 따라 여행한다.

이 책은 뚜렷한 답이 없는 꿈을 찾아 떠난다. 사람은 잠을 자고, 잠을 잘 때 꿈을 꾼다. 꿈을 안 꾼다는 것도 자신이 기억을 못해서이고, 꿈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꿈이 없는 잠은 건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꿈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꿈에 윤리도덕의 잣대를 들이댈 수도 없다. 어떤 꿈은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꿈은 황당해서 피식 웃고 말 때도 있다. 가끔은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그 꿈이 재해석되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꿈은 소원 충족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즉, 내 욕망이 꿈 속에 드러난다는 뜻이다. 낮에 일어났던 일들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해결하지 못한 일의 실마리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지은이는 책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실 꿈의 의미는 꿈꾼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역으로 꿈의 해석을 통해 내가 이루고 싶었던 소원을 추적해낼 수도 있다. 나는 꿈 일기를 쓰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꿈 일기를 권하고 있다. 전날 꾼 꿈을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된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컵 마시고, 오줌 한 번 누고 나면 꿈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꿈 내용을 다 적으려고 하지 말고, 중요한 단어 서너 가지만 메모했다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사소한 것 하나라도 빼놓지 않고 꿈 일기를 쓴다.”

이 책의 목차는 제1부 입에 붙어서(꿈과 시, 꿈이 보내온 편지, 꿈 일기 등), 제2부 시여 내게로 오라(깊은 달우물, 항아리 두껑 속의 물알, 말의 향기 등), 제3부 자화상(머리카락, 산과 인간관계, 스승의 자세 등), 제4부 숨구멍(여름 가다, 생명줄, 느림의 미학 등) 순으로 되어 있다.

지은이는 26년간 문인으로 활동하면서, 시집 ‘서랍 속의 여자’ ‘귀갑문 유리컵’ ‘검은 맛’을 비롯해 평론집 ‘욕망의 꼬리는 길다’를 펴냈으며, 남편과 공저로 사진시집 ‘눈빛’을 출간했다. 대구문학상과 금복문화상(문학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215쪽, 1만4천800원.

 

 

<매일신문>권성훈 기자 2018.05.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