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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소식

<2017 파주 북소리> 조동일 교수님의 "학구열과 신명풀이" 강연 후기

by 푸른사상 2017. 9. 19.

 

<2017 파주 북소리> 조동일 교수의 인문학 특강 "학구열과 신명풀이" (2017.09.16)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푸른사상사에서 이 원고를 가지고 강연을 했다. 청중은 20여명이었지만, 멀리까지 온 성의가 대단하고, 내 말을 들으려고 모인 것이 감사해 말이 기대 이상 잘 나왔다. 앉을까 설까 하다가 전달이 잘 되게 하려고 서서 말했으나, 가까운 사람들끼리 오붓한 장소에서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적극적인 관심과 뜨거운 반응 덕분에 신명이 고조되었다. 준비한 내용은 간략하게 간추리고, 대화와 토론의 열기에 흐름을 맡겼다.

서두에서 말했다. 학구열과 신명풀이가 어떤 관계인가를,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문제로 제기하고 해답을 구상했다. 모임을 마련해준 푸른사상사에 감사한다.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학구열과 신명풀이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둘이 하나여야 한다는 것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조금도 새삼스럽지 않은 일관된 의식이었다. 잠재되어 있던 의식을 부각시켜 명확하게 한 것이 좋은 인연을 만난 덕분이다. 만남이 소중한 줄 새삼스럽게 알았다.

교육열이라고 하지 않고 학구열이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좋은 질문이 나를 깨우쳐주었다, 교육은 정해진 제도 안에서 피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지식이나 훈련이지만, 학구는 일정한 절차나 격식이 없이 스스로 추구하는 발견이나 각성일 수 있다. 徐敬德은 서당에 다니다가 선생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고, 나물 캐러 다니면서 종달새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천지만물의 이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주어진 교육에서 벗어나 진정한 학구의 길에 들어선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신명을 말하면서 한국인의 마음에 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부인하는가? 이 질문을 받고 미진한 논의를 가다듬어야 했다. 은 일제 강점기의 상황 때문에 비관에 사로잡히고, 일본의 애조가 스며든 두 가지 이유에서 일시적으로 확대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신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고복수가 <짝사랑>을 노래하면서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맵니다라고 할 때 에 신명이 섞여 흘렀다. 비관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자, 생명의 활력이고 창조의 동력인 신명이 을 녹여 지니면서 살아났다.

오늘날의 학생들은 신명이 다 죽었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이 질문 덕분에 예상하지 않던 진전을 이룩했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 치중하지 말고, 신명을 깨우는 데 힘써야 한다.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서 수업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신명이 맑은 샘처럼 솟아오르지 못하게 막고 있는 찌꺼기를 걷어내는 것이 최상의 교육이다. 찌꺼기를 걷어내 주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것 같은 충격 요법을 사용하면 고갈되었던 것 같던 신명이 솟아나 스스로 찌꺼기를 걷어낼 수 있다.

한류가 세계에서 널리 환영을 받는 것도 그런 충격을 주기 때문인가? 이 질문 덕분에 최상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인류는 누구나 신명을 간직하고 있는데 억압되고 이용당하고, 또는 거만을 떨고 잘 난 체하다가 소중한 것을 잊고 있었다. 한류 공연자들이 다가가 신명나게 노래 하고 춤추자 잠들었던 혼이 소스라쳐 놀라 깨어나고 있다. 세계사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신명은 누구나 지고 있어 남의 것을 받을 필요가 없고 줄 수도 없으며, 스스로 알아차리면 된다. 신명풀이에 몸을 내맡겨 열기를 고조시키면 할 일을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치를 밝혀 논해 인류에게 널리 도움이 되도록 학구열을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 한류 학문이 소중한 줄 알고 커다란 깨달음을 얻어 널리 나누어주어야 한다.

 

- 조동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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