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용 산문집
뜨거운 휴식
147×217×18 mm|288쪽|16,000원|979-11-308-1204-5 03810 | 2017.7.20
■ 도서 소개
사는 것은 이야기다
임성용 시인의 첫 산문집 『뜨거운 휴식』이 <푸른사상 산문선 18>로 출간되었다. 일하고 노래하고 웃고 사랑하고 눈물 흘리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이야기를 구체적이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 지극히 세속적이면서도 지적이고 신랄하면서도 해학적이고 이 세계를 공격하면서도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질펀하다.
■ 도서 목차
■ 작가의 말
1부 달리고, 달리고
오줌 싸는 여자
트랙터를 몰고 가는 사내
변태의 잠
식권 도둑
한국 성관계 안전 관리
삼거리슈퍼의 세 남자
고라니를 보았다
주제를 넘는 주제
2부 손바닥에 털 났다
손바닥에 털 났다
큰 놈, 작은 놈, 조막만 한 놈
꿈꾸는 테러리스트
딸기 먹을래?
노래는 즐겁다
생일
노루목 산장
첫사랑을 찾아서
3부 자명종은 언제 울리는가
빈집을 지나치다
소울음 소리가 한 방울
꽃 같던 누이가 탔던 첫차
명자꽃 필 때
동심(童心)
석류 아가씨
자명종은 언제 울리는가?
4부 낯선 시간이 다가와서 물었다
눈물에 자신을 비추어 보라
낯선 시간이 다가와 물었다
『하멜 표류기』와 『조선왕국기』
내일이면 온다더니 죽어서 오다니
남양군도에서 온 편지
세월호 세대와 촛불공화국
■ 저자 소개
임성용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땐 될성부른 떡잎처럼 보였지만 머리가 커지면서 점차 학교 선생님들을 노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저 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하는, 멍한 생각에 잠기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여기저기 공장을 떠돌았습니다. 구로공단을 들락거리던 1990년 구로노동자문학회에 들어가 공단에서 일하는 벗들과 어울려 가난한 사람들의 시를 배우고 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2002년 산재를 당해 야간 경비를 하면서 일기장에 써놓은 시들을 모아 전태일문학상에 응모했는데, 덜컥 당선이 되었습니다. 2011년 제1회 노동자 시인 조영관문학창작기금을 받았습니다. 행인, 노숙인, 잡상인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하물며 시인이라는 호칭까지 감지덕지 떠안았습니다.
시집으로 『하늘공장』과 『풀타임』이 있습니다. 지금은 화물차를 운전하고 있는 노동자입니다. 작가단체 리얼리스트100 회원이며,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에서 현장문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작가의 말
10여 년 동안 써놓은 글들을 묶는다. 생활글도 있고 산문글도 있다. 한때 소설가가 되고 싶어 소설을 쓰려고 준비한 글도 있다. 자기 내면을 탐색하거나 주제가 깊은 내용은 아니다. 일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이다. 내 주변의 이웃과 동료, 가족들의 모습이다. 가끔, 별 볼 일 있는 세상사를 별 볼 일 없는 눈으로 훑어보기도 했다.
사는 것은 이야기다. 나보다 앞선 부모 세대들이 흔히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모으면 책 한 권도 넘는다.”고 말한다. 어디 한 권뿐이겠는가. 세계 70억의 인구들은 70억 명이 겪은 70억 개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삶은 이야기의 연속이며, 한 사람의 가슴에 쌓인 이야기가 끊기면 그 사람의 생애도 끊긴다.
각자 살아온 인생의 책갈피를 넘겨보라. 슬픈 일, 기쁜 일, 고통스러운 일, 분노한 일, 눈물 흘린 일, 웃음 짓는 일들이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어쩌면 인간은 희극보다는 비극을 위해 태어났다. 비극은 비참하고 불행한 형식은 아니다. 비극미라는 아름다움이 인간을 영원에 이르게 한다. 그중에서도 웃음이 살해당하는 비극! 웃으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웃는, 버스를 놓치고 마냥 빈 정거장에서 서성이는, 그런 헛헛한 기다림을 나는 사랑한다.
일상에서 우리는 찌부럭찌부럭 화를 내는 일이 많은가, 떠들고 웃는 일들이 많은가? 술집에서, 회식자리에서, 친구들 모임에서, 여행지에서, 우리는 즐겁다. 눈물 나게 웃을 일이 많을수록 살맛이 난다. 정말 안타까운 일들도 생긴다. 그때 흘리는 눈물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웃음이 그 눈물을 치유해준다. 따뜻한 웃음과 가슴 저린 눈물이 만나 차갑고 비릿한 웃음을 지운다. 가슴 속에 상처로 남은 눈물을 처량한 웃음이 닦아줄 수 있다.
저명인사들과 학자, 예술인들의 산문집을 보면 철학적 사유들이 넘쳐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깊은 사람도 있고 단순한 사람도 있다. 따뜻한 사람도 있고 차가운 사람도 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무슨 대단한 통찰력과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듯이, 선승도 아닌데 선승인 것처럼, 철학자도 아닌데 철학자인 것처럼, 미려한 문장과 유식한 논리로서, 글을 글로 치장하는 사람들은 많다. 시인들의 책은 얼마나 감성적이며 소설가의 책은 얼마나 융숭하며 비평가의 책은 또 얼마나 무거운가. 하지만 아내 앞에서 밥상을 뒤집어엎는 시인이 더 인간적이다. 철공장에서 무거운 철을 들고 일 하는 노동자의 생각이 더 무거울 수도 있다.
사람의 감정이 다르면 얼마나 크게 다를 것인가. 나는 글을 말이라고 본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들려주고 싶은 내력들을 무람없이 썼다. 그러니까 이 산문집은 내 생활이고 체험의 기록이다. 저잣거리에서 주워 담은 가벼운 농담도 섞여 있으니, 두고두고 잊지 못할 기억도 남아 있으니, 그저 흘려들어도 좋다.
솔직히 나는 매우 위악적이다. 노동의 진실과 사람들의 진실 외에는 뭔가 그럴듯하게 시를 한 편 써보기 위해 지어낸 글들은 모두 겉치레였다. 나는 겉치레로 살았다. 생활은 늘 불안정했고 가정에도 성실하지 못했다. 자애롭지 못한 남편이었고 못마땅한 아빠였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친구였다. 형제와 가족들에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멀리했다. 더구나 좀체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인격으로 본다면 빵점이다. 삼거리슈퍼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세 남자 중의 한 명이다. 앞으로 어찌어찌 살아갈 날들이,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사람들이, 이토록 실없는 나를 끊임없이 깨우쳐주기를……. 뚜렷한 목적도 없이 헤매는, 온갖 변명으로 믿을 수 없는 말을 흘리고 가는 나를, 이 광대무변의 세상이 너그러이 용서해주기를!
■ 추천의 글
임성용 시인이 ‘10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그는 타고난 재담꾼은 아니다. 재담은 그의 내밀한 속살을 덮는 ‘겉치레’에 가깝다. 작가의 글에 슬쩍 흘린 ‘나는 겉치레로 살았다’란 대목에 유의하라. ‘10년 동안’ 곁에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그는 태생적으로 순정하고 뜨거운 사람이다. 내린천의 찬물에서만 산다는 열목어처럼 그는 남들이 대충 넘기고 말 일에도 눈이 붉어진다. 노상 붉은 눈으로 펄펄 뛰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늘이 그에게 재담이라는 훌륭한 ‘겉치레’를 내어주셨다. 육두문자와 쌍시옷이 범람하는 이번 산문집은 두엄 냄새가 진동한다. 오줌 냄새가 지린 고시원이며, 술 냄새를 풍기며 주사를 벌이는 이웃이며, 기름 냄새에 찌든 화물 트럭들을 질펀하고 걸쭉한 입담으로 주섬주섬 쌓아올렸다. 그러나 그 냄새 나는 두엄더미 속에 숨겨진 봄의 찬란한 씨앗들을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 그가 쌓아 올린 두엄더미에 입을 맞추고 싶다.
―이시백(소설가)
세상은 그렇게 정의롭지 않고 인간은 그렇게 성스러운 동물이 못 된다. 굳이 이기심을 숨길 필요가 없는 서민들의 구차한 삶, 적나라하고 추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가 임성용이다. 시트콤 같은 그의 글들에 폭소를 터뜨리다 보면 어느새 애잔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교육과 체면 아래 숨겨진 인간의 참모습이 보인다.
―안재성(소설가)
고시원의 엘리베이터에서 소변을 보는 여자, 피부 이식한 손바닥에 난 보기 흉한 털을 내려다보는 산업재해 당한 노동자,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서울로 부산으로 떠난 누이들……. 재미있으면서도 슬프지 않은 것이 없다. 힘든 삶을 함께 영위해온 가족과 동료들을 기꺼이 품고, 4대강 사업과 친일문학상과 세월호 참사에 역사의식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세속적이면서도 지적이고 신랄하면서도 해학적이고 인간 세계를 공격하면서도 인간적인 이야기들…… 사랑은 결코 우리를 초월하지 않는다.
―맹문재(시인, 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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