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신문1 [광주매일신문] 백수인,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 [아침을 여는 詩] 단풍나무의 근육- 백수인 가을이 제법 성숙한 모습을 보일 때 나는 무등산 토끼등에서 원효사 계곡으로 난 편편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길가에는 단풍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습니다. 단풍잎은 인간 세계의 빛깔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그 황홀한 빛깔의 잎사귀에 환호할 때 나는 가만히 그 나무들의 근육을 보았습니다. 역도선수 장미란이 140킬로그램의 바벨을 인상으로 들어 올릴 때의 그 단단한 근육과 불거지는 힘줄이었습니다. 단풍나무가 저 무거운 코발트색 하늘을 바벨처럼 번쩍 들어 올리는 절정의 순간에 잎사귀들이 저렇게 붉어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시집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 푸른사상, 2021) [시의 눈] 드넓은 코발트빛 창공을 들고 있으려면 역사(力士)는 얼마나 붉은 힘줄을 돋워.. 2021. 9.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