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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온몸시학

by 푸른사상 2013. 8. 27.

 

 

 

 

 

 

 

1. 도서소개

 

 

우리 시사에서 김수영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8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심대해져 21세기에 들어선 지금까지 막강한 영향력으로 자리해 있다. 현대시 100년을 형성한 굵직굵직한 시인의 이름들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김수영처럼 20년 남짓한 길지 않은 동안의 활동으로 사후 반세기에 이르러서도 ‘강렬한 현재’로 남아 있는 예는 매우 특별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김수영 문학은 당대나 지금이나, 진정한 삶을 가로막는 것들에 저항하면서 자유에 이르고자 하는 강렬한 지향으로 살아 있다.
1968년 4월 부산에서 있었던 펜클럽 주최 문학 세미나에서 김수영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실은 나는 20여 년의 시작 생활을 경험하고 나서도 아직도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 되지만,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 다음 시를 못 쓰게 된다. 다음 시를 쓰기 위해서는 여태까지의 시에 대한 사변(思辨)을 모조리 파산(破算)을 시켜야 한다. 혹은 파산을 시켰다고 생각해야 한다. 말을 바꾸어 하자면,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온몸으로 동시에 무엇을 밀고 나가는가. 그러나 -나의 모호성을 용서해 준다면- <무엇을>의 대답은 <동시에>의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즉, 온몸으로 동시에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 되고, 이 말은 곧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 된다. 그런데 시의 사변에서 볼 때, 이러한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바로 시 형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중략…)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 「시여, 침을 뱉어라」, 『김수영전집』 2, 민음사, 1981/개정판(2003), 397~403쪽.

우리는 통상, 문학이 인식(머리)과 정서(심장)가 융합하고 조응하는 데서 빚어진다거나 내용과 형식의 통합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김수영은 그런 구분됨이 전제되지 않은 혹은 구분의 너머에 있는 모든 것의 의미로 ‘온몸’을 상정했다. 그리고 그러한 온몸의 이행을 통해 진정한 시의 실현에 도달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온몸의 이행으로서의 시’라는 시작 원리이자 정신인 그의 시학에서 우리는 ‘온몸시학’이라는 이름을 명명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기왕의 다양한 연구 성과가 있으나 이 책은 21세기 들어 새로운 시각과 논리로 김수영의 온몸시학의 의미와 가치를 추적한 글들을 따로 모아 그 현재성과 현대성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제1부에는 김수영의 온몸시학이 갖는 근원적인 의미와 무엇보다 시적 이행으로서 지니는 중요한 의미를 밝히는 연구 성과를 담았다. 제2부에는 일본어로 사고하고 영어를 활용하면서 살아온 시인이 누구보다 탈식민주의적 인식 안에서 언어에 대해 투철하게 고뇌했음을 밝히는 연구 성과를 모았다. 제3부에는 초기시부터 두드러지게 표현되어온 ‘시선’의 문제가 김수영 문학의 지향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밝히는 연구 성과를 묶었다. 제4부에는 김수영의 시에 드러나는 반여성적 언어와 가부장적 표현에 내재한 본질적인 의미와 시인의 젠더의식을 밝히는 연구 성과들을 모았다. 제5부에는 김수영 문학이 변함없는 현재성으로 우리 곁에 있음을 밝히는 후일담 성격의 글을 담았다.

 

 

 

2. 저자약력

 

 

박덕규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집 『아름다운 사냥』, 소설집 『날아라 거북이!』, 장편소설 『밥과 사랑』, 『사명대사 일본탐정기』, 탈북 소재 소설집 『함께 있어도 외로움에 떠는 당신들』, 평론집 『문학과 탐색의 정신』, 『문학공간과 글로컬리즘』 등이 있다.
현재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은정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현대시학의 두 구도-김춘수와 김수영』 『김수영 혹은 시적 양심』, 공저로 『한국여성시학』 『공감-시로 읽는 삶의 풍경들』 『명작의 풍경』 『한국어문학 여성주제어사전』 등이 있다.
현재 한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3. 도서목차

 

 

머리말

총론 - 시는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이다

제1부 사유, 이행, 현재
김수영의 현대성 또는 현재성 황현산
김수영과 시적 이행의 문제 김상환
오염된 시인과 시 ─ 김수영 시의 아이러니와 현대성 함돈균

제2부 탈식민적 자장(磁場)
김수영의 탈식민주의적 언어의식과 현대성의 경험 곽명숙
김수영 지우기 ─ 탈식민주의 논의와 관련하여 허윤회
언어의 이민 : 김수영 시의 탈식민주의적 양가성 배개화

제3부 ‘시선’이라는 시학
김수영과 시각(視覺)의 문제 조강석
김수영 시에 나타난 시선의 정치학 이광호
김수영 시에 나타난 ‘시선의 기술’의 전개 양상 김수이
─ 근대적 ‘피로/우울’, ‘휴식’과의 상관성을 중심으로

제4부 젠더와 성
김수영, ‘반여성주의’에서 ‘반반의 미학’으로 조영복
김수영의 시에 나타난 ‘여편네’ 인식 고찰 맹문재
김수영 시에서의 ‘여성’, 그 기호적 의미망 읽기 임명숙

제5부 세 개의 에필로그
제 모습 되살려야 할 김수영의 문학세계 김명인
─ 김수영 미발표 유고 해제
생애론의 관점에서 새로 읽어야 할 김수영 박덕규
우리는 오늘, 김수영을 읽는다 이은정


김수영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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