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직 시인의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광부들의 막장 정신을 노래하다”
성희직 시인의 시집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가 <푸른사상 시선 162>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탄광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목숨을 잃어간 광부들의 피땀 어린 노동의 역사서이자 탄광촌 민중들의 투쟁 기록이다. 한국 산업 시대가 빚은 비극을 겪으며 막장 정신으로 시대의 부조리에 치열하게 맞선 광부들의 영전에 바치는 노래이다.
성시인의 말에 의하면 “저는 때로는 처절하기까지 한 도급제 탄광 막장은 곧잘 지옥도(地獄圖)를 그리곤 했습니다. 세상의 끝이자 발아래가 지옥인 그곳에서 5년간 채탄 광부로 일했었지요. 열악한 작업 조건과 극한의 노동 환경이 시가 되어 제 가슴에 꽂혔고 치열한 막장 정신도 배웠습니다. 두 번째 부당 해고로 복직 투쟁을 하던 1989년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쉼터에서 20여 일을 머물렀습니다. 그렇게 이소선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박종철 아버지 이한열 어머니 등 열사들 부모님도 만나 이야길 나눌 수 있었지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또는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열사들. 밤에 쉼터에 누워 벽에 걸린 영정 사진을 보며 인간사랑 전태일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보았습니다.『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는 제가 온몸으로 세상에 알리고 싶은 광부들의 피땀 흘린 노동 역사와 진폐재해자 투쟁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제 시에 유난히 숫자가 많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크고 작은 사고로 순직한 광산 노동자들. 그분들께 술 한잔 올리는 마음으로 이 시집을 바칩니다.” 고 소회했다.
시집의 추천사를 쓴 이승철 시인은 1991년 나는 성희직이라는 광부 시인을 발굴하여 그의 첫 시집을 출간한 적이 있다. 자신의 손가락을 단지하고 온몸으로 배밀이하여 천길 지하 막장에서 캐낸 그의 광부 시편은 문단에서 민족문학, 민중문학의 한 전형으로 평가되었다. 그의 시는 자신의 육체 깊숙한 곳에서 건져 올린 비나리로서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머리와 손끝으로 쓴 기교의 시가 아니라, 살과 뼈와 핏속에서 캐내고 갈무리된 것이기에 우리네 심금을 울려주었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로서 그는 자본이 강요하는 비인간적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광부들의 염원을 변함없이 노래하면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실천적 삶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 그를 보노라면 자연스럽게 전태일이 연상된다. 그의 이번 시집도 광부들의 피땀 어린 노동의 역사와 진폐재해자들의 가슴 아픈 생의 이력을 오롯이 보여준다. 자기 해방을 위한 노동문학의 아름다운 미래로 기억될 것이다. 이승철(시인·한국문학사 연구가)
성희직 시인의 시집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는 극한적인 작업환경에서 땀과 피를 흘리고 목숨까지 잃은 광부들에게 바치는 노래이자, 막장 정신으로 노동 탄압과 산업재해에 맞선 광부들의 투쟁 보고서이다. “우리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라는 시인의 외침은 질곡의 탄광사는 물론 광부들이 처한 현실을 강하게 일깨워준다. 광부들이 꿈꾸는 세상이 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의 희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절실하기에 우리는 광부들이 이루어가는 역사를 기대하고 성희직 시인과 연대하는 것이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이 시집의 해설을 맡은 정연수 시인은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적 소외층으로 전락한 이들은 “어차피 세상의 끝인 탄광 막장/광부는 더는 물러설 곳도 없어 독기를 품”(「불굴의 산업전사」)고 탄광으로 들어섰다. 탄광 노동자 중에서도 최전선의 막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채탄 광부와 굴진 광부들이다. 성희직 시인은 채탄 광부로 막장을 지켰으며, 그 막장에서도 두 차례 해고되며 광부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의 길을 걸었다. 탄광촌 민중을 위한 삶이 그를 강원도 도의원 3선으로 이끌었으며, 현재도 진폐재해자들을 위한 투쟁의 연속선상에 있다. 광부의 삶을 위해 손가락을 자르고, 근 30년이 지나 병든 광부들을 위해 또다시 손가락을 자르며 흘린 피가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에 새겨져 있다.
성희직 시인의 시적 미학은 현장성과 사실성을 바탕으로 한다. 시가 그저 꽃이나, 그리움이나, 낭만에 젖느라 삶의 현장성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시가 언어유희에 그치고, 발랄한 상상력에나 그친다면, 막장의 참혹한 현실이 어찌 세상 밖으로 나오겠는가. 하늘이 무너지고 두 겹 하늘마저 무너지는데 시인의 비명과 경고의 소리가 없다면, 그 무너지는 하늘을 누가 알 것인가.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에 수록한 시들은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쓰듯, 피를 토하듯 쓴 시다. 김수영 시인은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성희직 시인의 시야말로 온몸으로, 피를 묻혀가면서 쓴 광부의 생애사이다. 시와 삶을 행동 속에 통일시키는 성희직 시인이 있기에 탄광촌의 광부들은 조금씩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정연수(시인· 문학박사)
성희직 시인은 1957년 경북 영천시에서 태어나 중장비 기사로 일하다가 1986년 초 강원도 정선군 삼척탄좌의 채탄 광부가 되었다. 1989년 노동조건 개선 투쟁 중에 첫 번째 단지(斷指)를 했다. 1991년 민중당 후보로 도의원에 당선된 뒤 3선을 했고 강원도의회 부의장을 지냈다. 1994년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하였다. 2007년엔 진폐 문제로 31일간 단식투쟁과 두 번째 단지를 했다. 시집으로 『광부의 하늘』 『그대 가슴에 장미꽃 한 송이를』이 있다. 현재 정선진폐상담소 소장으로 일하며 주말에는 농사를 짓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성희직 시인의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강민숙 작가,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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