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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간행도서

정효구 명상 에세이집, <파라미타의 행복>

by 푸른사상 2021. 3. 3.

 

분류--문학(에세이)

 

파라미타의 행복

 

정효구 지음|140×203×13 mm(하드커버)|136쪽

15,500원|ISBN 979-11-308-1770-5 03810 | 2021.2.15

 

 

■ 도서 소개

 

제자리에서 마음을 달리하면

이 언덕이 바로 저 언덕

 

한국 현대시 연구자이자 문학평론가로서 동서양의 다양한 경전들을 탐구하며 근대 넘어서기에 힘써온 정효구(충북대학교 국문과) 교수의 명상 에세이집인 『파라미타의 행복』이 출간되었다. 총 8부로 이루어진 책에서 저자는 바람, 하늘, 바다, 별빛, 불탑, 설산, 범종 등의 만유를 시적 명상의 언어로 그려 보이며 우리를 ‘저 언덕’인 파라미타의 행복한 세계로 안내한다.

 

 

■ 저자 소개

 

정효구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이며 문학평론가이다. 시와시학상과 현대불교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존재의 전환을 위하여』(1987) 이후 『불교시학의 발견과 모색』(2018)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평론집과 학술서를 출간하였다. 『마당 이야기』(2008), 『맑은 행복을 위한 345장의 불교적 명상』(2010), 『다르마의 축복』(2018), 『바다에 관한 115장의 명상』(2019)에 이어 다섯 번째 명상 에세이집 『파라미타의 행복』(2021)을 간행했다.

 

 

■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바라밀 / 하늘바라밀 / 바다바라밀 / 별빛바라밀 / 구름바라밀 / 새벽바라밀 / 저녁바라밀 / 해변바라밀 / 봄비바라밀 / 모래바라밀 / 산맥바라밀 / 정원바라밀

 

제2부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나무바라밀 / 어둠바라밀 / 폭설바라밀 / 겨울바라밀 / 강물바라밀 / 신록바라밀 / 가을바라밀 / 단풍바라밀 / 대지바라밀 / 들녘바라밀 / 바위바라밀 / 나비바라밀 / 마당바라밀 / 산새바라밀

 

제3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

노자바라밀 / 장자바라밀 / 공자바라밀 / 예수바라밀 / 붓다바라밀 / 햇볕바라밀 / 달빛바라밀 / 일출바라밀 / 노을바라밀 / 항하(恒河)바라밀 / 계곡바라밀

 

제4부 늘 여백처럼 그곳에

벤치바라밀 / 호수바라밀 / 숲길바라밀 / 고목바라밀 / 사계바라밀 / 사원바라밀 / 입춘바라밀 / 동지바라밀 / 하지바라밀 / 사막바라밀 / 고원(高原)바라밀 / 설산(雪山)바라밀 / 여행바라밀 / 군말바라밀

 

제5부 첫눈이 날리면 천지는

첫눈바라밀 / 평상바라밀 / 억새바라밀 / 찔레바라밀 / 산국(山菊)바라밀 / 얼음바라밀 / 작약바라밀 / 벚꽃바라밀 / 밀밭바라밀 / 오죽(烏竹)바라밀 / 백송(白松)바라밀

 

제6부 삶의 시간을 넘어서서

백화(白樺)바라밀 / 느티바라밀 / 후박바라밀 / 목탁바라밀 / 뜨락바라밀 / 합장바라밀 / 와불바라밀 / 범종바라밀 / 절길바라밀 / 녹색바라밀 / 흙색바라밀 / 경전바라밀 / 정장바라밀

 

제7부 불탑 앞에서 우리는

불탑(佛塔)바라밀 / 동방바라밀 / 서방바라밀 / 남방바라밀 / 북방바라밀 / 시방(十方)바라밀 / 출가바라밀 / 수평바라밀 / 목련바라밀 / 파초바라밀 / 과원(果園)바라밀 / 인도바라밀 / 법문(法門)바라밀

 

제8부 영원조차 허공과 같은 것

금강바라밀 / 제로바라밀 / 신라바라밀 / 의상(義湘)바라밀 / 월인(月印)바라밀 / 일흔(逸痕)바라밀 / 동백바라밀 / 직지(直指)바라밀 / 미륵바라밀 / 난로바라밀 / 통도(通度)바라밀 / 발심(發心)바라밀

 

 

■ 출판사 리뷰

 

산스크리트어 ‘파라미타(pāramitā)’는 ‘바라밀다(波羅蜜多)’ 또는 ‘바라밀(波羅蜜)’이라는 한자 음역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파라미타란 ‘이 언덕(此岸)’, 즉 나고 죽고 하는 생멸과 고통이 있는 현상세계에서 ‘저 언덕(彼岸)’, 즉 지혜심과 보살심이 작용하는 열락의 본원 세계로 건너간다는 뜻이다. 인간적 진리뿐만 아니라 우주적 진리를 깨침으로써 참다운 자유와 행복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였던 많은 선각자들은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수행은 출가자나 사제들만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 우주적 진리의 다른 이름인 불성(佛性)이야말로 만물에 깃들어 있다는 불가의 가르침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 속에서도 마음만 돌이키면 누구나 그대로 파라미타의 자유와 행복을 경험하며 확장시켜 나아갈 수 있는 세계이다.

그간 불교경전과 역(易) 사상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동서양의 경전들과 지혜서들을 탐구하며 회통시키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근대 넘어서기에 특별히 공을 들여온 한국 현대시 연구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정효구 교수는 우리를 ‘저 언덕’인 ‘파라미타’의 행복한 세계로 안내한다. 총 8부의 100편으로 구성된 이 시적 명상 에세이집 『파라미타의 행복』에는 하늘, 바다, 별빛, 구름, 여행 등 세상 만물과 만사에 존재하는 근본 이치와 접속하고 그에 화응한 저자의 명상과 사색의 경험과 시간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이 소란스럽고 어수선하기 그지없지만, 이 책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유와 고요, 행복과 감동의 시간이 찾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파라미타는 산스크리트어 ‘pāramitā’를 소리 나는 대로 우리말로 표기한 것이다. 본래 산스크리트어 ‘pāramitā’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자문화권으로 들어올 때, 이 말은 ‘바라밀다(波羅蜜多)’ 혹은 ‘바라밀(波羅蜜)’이라고 소리에 기대어 음사되었다.

파라미타, 다시 말하여 바라밀다는 그 뜻이 ‘이 언덕(此岸)’에서 ‘저 언덕(彼岸)’으로 건너간다는 것이다. 이 언덕이 범속한 중생심에 지배되는 현상세계라면 저 언덕은 지혜심과 자비심, 보리심과 보살심이 작용하는 본원 세계이다. 그렇다고 하여 ‘건너간다’는 것을 물리적인 ‘건너감’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제자리에서 그대로 마음을 달리하여 ‘건너감’을 이룩하고 ‘저 언덕’의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이 언덕과 저 언덕을 오고 가며 뒤뚱거린다. 저 언덕을 제아무리 꿈꾸고 지향해도 이 언덕의 오래된 관성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중력권을 벗어나는 일만큼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수시로 절망하고 포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저 언덕을 알고, 그리워하고, 지향하고, 바라보는 만큼 우리의 생애는 들어 올려지고 가꾸어진다.

저 언덕으로 가는 길은 한때의 열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한때의 열정은 고사하고 한 생애의 일로도 크게 진전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한 만큼 저 언덕으로 길을 낼 수 있고, 그런 만큼 본처(本處)의 식구로 살아갈 수 있다.

 

 

■ 책 속으로

  

바람바라밀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고

입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바람이 불어간다

 

알고 보면

출처와 입처는

인간의 꿈이 만든 생각의 신열(身熱), 언어의 미열(微熱)

 

출처와 입처가 없는 공성(空性)의 길 위에서 바람이 분다

어느 곳도 출처이며 입처인 방심(放心)의 길 위에서 바람이 논다

 

이런 바람을 맞으면서 사람들은 몸무게가 이전보다 가벼워지고

이런 바람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생애가 어제보다 맑아지고

이런 바람을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아침마다 신생의 꿈을 꾼다

 

 

강물바라밀

 

강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반야용선이다

반야용선인 강물이 밤새도록 흘러 피안의 바다에 이른다

 

강물은 쉬지 않고 흐르는 영원의 물길

피안으로 가는 대승의 반야용선엔 시간표가 없다

언제나 흘러가는 것만이 임무인 강물

흐름으로써 제 삶을 무한으로 완성해가는 강물

 

이 땅의 곳곳에서 반야용선인 대승의 강물이 흐른다

강물의 이런 정진은 예토인 이 땅을 불국의 정토로 바꾼다

 

 

여행바라밀

 

어딘가로 좀 거침없이 떠나야 하겠다

가방은 작게, 짐은 적게, 마음은 가볍게 만들고

묵은 땅을 뒤로 한 채 어딘가로 좀 활달하게 떠나야 하겠다

 

여행을 하는 동안엔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하리

그저 풍경처럼 낯선 세상과 가볍게 만나고 헤어져야만 하리

그저 나를 열어놓고 세상이 허공처럼 드나들게 해야만 하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떠났던 묵은 땅이 저 혼자 새로워져 있으리라

처음 본 이국처럼 싱그럽게 시작하는 새로운 시간이 다가오리라

 

여행은 새로운 땅을 찾아가는 발길

오직 떠났다 돌아옴으로써 지난 것을 새롭게 만드는 발길

 

 

발심(發心)바라밀

 

카르마가 다르마가 되기까지

다르마가 파라미타가 되기까지

발심은 무한반복의 훈련이자 예술이다

 

세상은 정확한 법칙의 세계여서

방심한 만큼의 발심을 요구하니

 

발심의 시간은 생이 다할 때까지 부족하기만 한데

방심의 시간은 부르지 않아도 이미 도착해 있다

 

이 난감함 속에서

이 안간힘 속에서

이 역설의 파노라마 속에서

시간 없는 시간이 흘러간다

 

가끔씩 발심의 시간을 마주하면서

시간 없는 생애가 빛나며 반짝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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