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푸른사상 2020 봄호(통권 31호)
153×224×18 mm|288쪽|13,000원|ISSN 2092-8416 | 2020.3.23.
■ 도서 소개
『푸른사상』 2020년 봄호(통권 31호)가 발간되었다. 전태일 열사 타계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50년’을 특집으로 실었다. 열악한 노동환경의 개선을 위해 근로기준법의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행적을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씨가 구체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25명의 시인들 시작품도 주목된다. 김수영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 여사는 <김현경의 회고담>에서 김수영 시인의 산문들과 관계된 실제의 이야기를 매우 정확하고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시인 조명>에서는 성향숙 시인을 초대했다. 이밖에 조태일 시인의 시세계를 살펴본 김준태 시인의 <시 70년 오디세이>, 김응교 교수의 <다시 만나는 김수영>, 강성위 교수의 <현대시 한역(漢譯)> 등의 기획 연재도 주목된다. 이번 호에는 엄혹한 시대를 뚫고 한국문학운동사에서 큰 획을 그은 1978년 4월 24일의 <민족문학의 밤> 자료가 특별히 공개된다. 박태순 소설가가 보관해온 녹음 자료를 이승철 시인이 풀었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는 <민족문학의 밤>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을 계기로 이후 구속 문인을 위한 행사를 연달아 열었다. 1979년 10·26사태로 유신체제가 종말을 고할 때까지 대중 속으로 들어가 문학운동의 깃발을 높이 치켜든 것이다.
■ 목차
특집 | 전태일 50년
전태삼·맹문재_ 전태일 열사 타계 50주기 대담
신작 시- 전태일 열사 기림 시
공광규_ 공허하게 들려온다
권서각_ 젊은 문장
권위상_ 태일이 형에게 가보자
김이하_ 어머니의 비가(悲歌)
김창규_ 아름다운 예수
김희정_ 최저임금
박관서_ 잠들지 않는 당신을 위해
박설희_ 법과 편
서안나_ 우리는 기계였다
성향숙_ 구겨진 헝겊
송경동_ 전태일은 살아 있다
윤중목_ 위인 동상 3등
이승철_ 전태일 열사
이태정_ 전태일 거리에서
장우원_ 되풀이
정세훈_ 시가 되지 않겠습니다
정원도_ 그가 되살아온다
조미희_ 빠른 사람
조 원_ 불굴렁쇠
주영국_ 다시, 평전
차옥혜_ 청계천의 십자가, 영원한 횃불
채상근_ 전태일은 어디에나 있다
최기순_ 버들다리 위에서
최종천_ 전태일은 죽었다
황주경_ 딱성냥
시인 조명 | 성향숙
시_ 36.5 외
성향숙론 _ 보아온 것들이 병이고, 모르는 것들이 약이다 박해람
김현경의 회고담·9
김현경·맹문재 _ 김수영 산문 읽기 (2)
기획 연재
김준태 _ 민족문학 일군 ‘국토의 시인’ …조태일 『시인(詩人)』지 창간 한국시에 탄력 불어넣어
김응교 _ 김수영 산문이 보여주는 세계와 종교
강성위 _ 현대시 한역(漢譯)
자료 발굴
이승철_ 1978년 4월 24일의 <민족문학의 밤>
■ 책 속으로
“어머니는 나는 아들을 팔지 않고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들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야겠다고 했어요. 아들의 뜻을 이루기 전에는 다른 어떤 이야기도 귀에 안 들어오니 없던 것으로 하자고 했어요. 목사님이 다시 강압적으로 얘기하자 어머니는 아들 장례식 걱정을 왜 당신들이 하느냐며 화를 내고 맨발로 나왔어요. 어머니는 성묘병원 영안실로 가면서 길가에까지 서 있던 조화를 걷어차면서 이런 것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화를 내었어요. 빈소에 가니 이승택 노동청장이 와 있었어요. 그 옆에는 평화시장, 동화시장, 통일상가의 세 건물을 가리키는 삼동(三棟)에서 보낸 조의금이 보자기에 싸 있었어요. 어머니는 그 보자기를 풀어 돈을 내다 뿌리며 아들의 여덟 가지 요구 조건을 들어준다는 것을 각서로 써 4대 일간지에 보도해 달라고 요구했어요. 그리고 장례식과 관련해 잡혀간 사람들을 다 내놓으라고 했어요.”
(전태삼 씨 대담 중에서, 33∼34쪽)
“엔카운터지는 김 시인이 구독해 읽던 잡지였어요. ‘파르티잔 리뷰’도 구독해 보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김 시인은 이 잡지들을 통해 많은 공부를 한 것 같아요. 박태진 시인이 해운공사 주재원으로 영국 런던에 가 있는 동안 김 시인에게 부쳐주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오지 않자 김 시인이 잡지사에 구독하고 싶다고 편지를 보냈어요. 그때는 환전이 되지 않는 시대여서 구독료를 회사에 직접 부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유네스코를 통해 보냈어요. 우리가 유네스코에 돈을 갖다 주면 유네스코에서 엔카운터지로 보낸 것이지요. 김 시인이 돌아가실 무렵까지 잡지를 구독했어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김 시인이 원고의 초고를 쓸 때 엔카운터지나 파르티잔 리뷰가 담긴 봉투를 뒤집어서 사용한 것이에요. 봉투가 넓고 두꺼워 글씨를 쓰는 데 실용적이었던 것으로 보여요.”
(김현경 여사 대담 중에서, 136쪽)
1974년 11월 18일 오전 9시 50분, 서울 광화문 네거리의 의사회관 빌딩(현 교보빌딩) 앞에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라는 새로운 문인조직이 출범했다. 비록 긴급조치는 해제된 시점이었지만 정보기관이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엄혹한 그 시절에 ‘자실’은 유신체제의 폭정을 뚫고 거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자실’이 출범하던 날, 고은 시인 등 30여 명의 회원들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101인 선언>을 발표했다. (중략)
1970년대 각종 민주화운동의 자료 보관에 그 누구보다도 철저했던 소설가 박태순 선생의 노고가 있었기에 나는 그동안 말로만 전해지던 <민족문학의 밤> 행사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중략)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에 개최된 <민족문학의 밤>은 모두 1, 2부로 나뉘어져 진행되었다. 3개의 녹음파일에 총 174분 분량이었다. (중략)
행사는 성공회 이재정 신부의 특별한 배려로 서울 중구 정동의 성공회성당 본당(대강당)에서 거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주최 측은 행사 시작 전에 전파상의 음향기술자를 동원하여 옥내뿐만 아니라 옥외까지 들릴 수 있도록 확성기를 설치했고, 행사 내용을 녹음하게끔 준비했다. 행사는 6시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본당의 기도석 의자를 모두 치워 최대한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 30분 정도 늦추기로 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대강당 안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무대 연단까지 자리를 차지했다. 대강당 안으로 진입할 수 없는 사람들은 행사장 밖에서 확성기를 통해 들어야 했다. 그날 참석인원에 대해 박태순 작가가 쓴 기록에는 2천 명 내외라고 추산했는바, 아무튼 그 당시 재야 집회사상 보기 드문 최대 인파였다. 이날 공덕귀(윤보선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김대중 전 대통령 후보 부인), 정금성(김지하 시인의 모친) 등이 참석해 주목을 받았고, 이 행사를 제안한 문익환 시인의 부친 문재린 목사와 며느리 정은숙이 시낭송과 노래(성악)에 참가했다. 훗날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부의 수배를 받던 김남주 시인도 참석했는데, 그날 우연히 행사장에서 만난 서강대 출신의 운동권 박석률을 통해 <남민전> 가입을 권유받아 이후 활동하게 된다. (중략)
‘자실’은 <민족문학의 밤>의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계기로 이후 구속문인을 위한 행사를 연이어 개최했다. 박정희 유신체제가 1979년 10·26사태로 종말을 고할 때까지 대중 속으로 들어가 문학운동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자료 발굴 : 1978년 4월 24일의 <민족문학의 밤>, 213∼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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