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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미 외, <꽃 진 자리에 어버이 사랑>

by 푸른사상 2018. 4. 25.

 

 

 

분류--문학(산문)

 

꽃 진 자리에 어버이 사랑

 

오영미·유경숙·유시연·이신자·장현숙·정해성·조규남·조연향·최경숙·최명숙·한봉숙·황영경 지음

128×188×12 mm21613,900ISBN 979-11-308-1330-1 03810 | 2018.4.25

 

 

도서 소개

 

사랑하는 부모님 전 상서

 

어느덧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 돌이켜보는 그분들의 젊은 날.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려 해도 이제 그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느덧 부모님의 모습을 닮아가는 딸들이 꽃 진 자리에 또다시 피어나는 어버이 사랑에 눈물겨워하면서, 조용히 불러보는 그리움의 노래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목차

 

책머리에

 

오영미

누가 보아도 난 아버지의 딸

엄마의 자존심

 

유경숙

탱자나무울타리집 남자

방언

 

유시연

봄을 기다리는 아버지

어머니의 뒤란

 

이신자

영원한 군인

엄마의 흙사랑

 

장현숙

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카드

아카시아꽃이 핀 줄도 모르고

 

정해성

어머니를 위한 찬가

삶의 길에서 또다른 가족을 만나다

 

조규남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미안하다는 말도 할 수 없어요

 

조연향

지게에 꽂아 오시던 참꽃 몇 가지

저녁 햇살에 걸린 나팔꽃 줄기

 

최경숙

엄마와 오이지

 

최명숙

아버지, 그 아슴아슴한 기억

개구리 울음소리 들어볼래?

 

한봉숙

술로 사랑을 빚고 술로 정을 나누다

어머니의 사계(四季)

 

황영경

아버지, 라는 경전을 펼치다

내 어머니의 노래

 

 

출판사 리뷰

 

식민지 시대와 전쟁과 격심한 사회 변동기를 겪으며 아등바등 살아오신 분들. 오직 자식들 입에 들어갈 먹을 것 한 가지를 위해, 자식들이 발 뻗고 자는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고생을 고생으로 알지 않고 버텨오신 분들. 그분들이 부모님이다.

자유와 풍요를 구가하는 오늘날에는 희생하고 헌신하는 부모, 라는 이미지도 예전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러나 부모님을 생각하면, 부모님과 함께했던 내 어린 시절의 풍경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릿해지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꽃 진 자리에 어버이 사랑이다.

 

 

저자 소개

 

오영미한국교통대학교 교수

유경숙소설가

유시연소설가

이신자소설가

장현숙가천대학교 교수

정해성문학평론가

조규남소설가

조연향시인

최경숙여행작가

최명숙소설가

한봉숙출판인

황영경신한대학교 교수

 

 

책머리에 중에서

 

우리들은 당신 앞에서 영원한 아이

 

꽃망울을 매단 나무들의 진경을 바라봅니다. 우리는 한 송이 꽃으로 세상에 나왔으나, 어두운 별밤에 향기 가득 피우고 있는지, 꽃 진 자리에 열매로 잘 영글어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당신들께로 이 향기는 전해지고 있을까요. 이 환한 계절에 간절한 목소리로 불러드린다면 어디선가 환영처럼 대답하실 것도 같습니다.

새싹을 틔우고 혼신의 힘을 다해 생명을 길러내는 시커먼 나무둥치, 그리고 땅 아래 깊은 뿌리를 생각하며 이 작디작은 순간을 마련했습니다.

우리들의 모든 아버지는 하늘을 닮았고 바다를 닮았지요. 아버지는 군인들의 어깨를 겯고 찍은 아주 작은 사진 속 청년으로 아슴하게 남아 있기도 합니다. 갑작스레 징집당하여 탄광 노동자로 노역하셨고, 다리와 종아리에 박힌 탄환과 탄피 조각을 뽑지 못한 채 산화되기도 하셨습니다.

해방 전 아버지가 강제 징용을 피하기 위해 유적의 신세로 떠도는 동안, 어머니께서는 아랫목에 밥을 묻어놓고 장독대 정화수 앞에서 당신의 안위를 빌었습니다. 어머니는 깊은 밤중 호롱불 밑에서 바느질을 하며 가가호호 한 가정을 건사하셨지요. 아들을 낳아야만 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던 그 시대, 어머니는 둘째 딸을 낳고 삼칠일도 되지 않아 눈물바람에 빠져 있느니 차라리 밭일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어머니였던 분들, 좀 더 좋은 세상에 태어나지 못해서 희생의 삶을 사셨다고 그렇게 위로를 해드리면 될까요. 혼란과 상실, 결핍의 시대를, 그 아슬하고 위태로운 징검다리를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건너오셨던가요.

각각의 문장들이 퍼즐처럼 한 시대의 아픈 그림을 완성시키기에, 차라리 이 서사 앞에서 우리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기억을 배경으로 여전히 옛 사진 속 어버이 무릎에는 서너 살의 내가 기대서 있지요. 막걸리 심부름을 하면서 찰랑찰랑 막걸리 가득한 주전자를 흔들며 몰래몰래 한 모금씩 들이켜기도 했던 천진한 아이는 넘어지고 일어서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아장아장 첫 걸음마를 시작한 이후, 그리고 잡아주었던 따스한 손을 슬쩍 놓아버렸던 그날 이후로, 우리는 나름 안간힘을 다해 살아왔습니다. 행복했던 순간도 불행했던 순간도 항상 꽃 진 자리를 응시하면서,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오래전에 떠나왔으나, 우리들은 당신 앞에서는 영원한 아이입니다. 우리들은 늘 당신에게 하염없는 기다림의 대상이었고 당신의 볼에 눈물을 주는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당신의 뜻을 받들어 탱자나무처럼 누군가에게 의지가지가 되어주고 품을 내어주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스스로 반문해보기도 합니다.

청개구리마냥 당신들을 떠나보내고 현기증에 몸을 기대야 할 정도로 울고 또 울기도 했으나, 이제 우리도 어느덧 어버이 자리에 섰습니다. 누군가의 어버이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열매 맺는 일, 햇빛과 비바람의 일만은 아닌가 봅니다. 이 청아한 계절, 당신들의 힘으로 조물주의 정원에 잠깐 심겨졌던 한 그루의 나무에, 울먹이듯 매달린 채, 보이지 않는 힘, 그 근원에 대해 생각하면서.

꽃 진 자리에 또다시 피어나는 어버이 사랑에 눈물겨워하면서,

오늘도 빛나는 햇살을 받으며 영매(靈媒)처럼 당신을 우러러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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