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전 현대적으로 비튼 장편소설 토끼전 나와
소설가 박덕규씨가 개작한 『토끼전 2020』
용왕 아내 용비와 토끼가 연중 나누는 파격 설정
고전소설 토끼전이 요즘 감각에 맞는 장편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소설가 박덕규(60·단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씨가 쓴 『토끼전 2020』(푸른사상)이다.
고려시대 『삼국사기』까지 뿌리가 거슬러 올라가는 토끼전은 120종이 넘는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고, 애니메이션·오페라로도 만들어진다. 『토끼전 2020』에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강상대(단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씨에 따르면 충효사상이나 권선징악 같은 고루한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민중적 시선, 현실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현대의 시선으로도 이야기가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박씨의 토끼전은 지금까지 생산된 어떤 개작보다 과감하게 변화를 줬다. 용왕의 아내인 용비와 토끼 사이에 연정이 싹트고, 기지를 발휘해 도망간 토끼를 잡으려는 용궁 공작대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무엇보다 '등장동물'의 성격이 단순하지 않다. 토끼는 별주부의 꾐에 빠져 쇠퇴하는 용궁을 돕기로 약속하고도 통치자(용왕)라는 존재를 믿지 못하겠다며 용궁행을 망설인다. 이런 토끼를 바라보는 소설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아는 체하는 무리는 예나 지금이나 문제라는 것이다. 젠체하는 지식인, 혹세무민 정치인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또 소설 전체를 모두 열세 마당으로 구분하고, 곳곳에 열네 개의 노래 가사를 집어넣어 장차 소설이 공연으로 각색될 여지를 마련해뒀다.
『토끼전 2020』은 단국대 국제문예창작센터(센터장 이시영)가 2년 넘게 추진해온 고전 재해석 및 현대화 작업의 첫 결실이다. 센터는 이 학교 장호성 총장의 제안에 따라 토끼전을 다양한 예술장르로 발전시키는 '원소스멀티유즈' 대상작으로 삼았다. 소설은 그 결과물이다.
박덕규씨는 작가후기에서 "고전을 원용하되 전에 없이 새로운 형식으로 재미를 주는 소설로 탄생된 듯해 모처럼 뿌듯한 감정을 맛보게 됐다"고 썼다.
- [중앙일보] 신준봉 기자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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