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교’ 속 주인공은 객체화되었다”
<필름 리터러시> 황영미 지음, 푸른사상 펴냄
저자는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이며 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다. 그는 영화를 활용한 의사소통 교육을 해왔으며, 문학이 영화화될 때의 서사 전략에 대해 연구했다.
이 책에서 그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 대상이 되는 영화들은 <디 아워스> <은교> <꽃잎> <완득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웰컴 투 동막골> <파이란> <방가? 방가!> <상실의 시대>다.
정지우 감독의 영화 <은교>는 박범신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저자는 소설과 영화를 각각 분석하고, 영화화되었을 때 달라진 점들과 그 의미를 밝힌다.
소설 <은교>는 세 가지 1인칭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제자 서지우(김무열 분)가 죽고 그를 죽이고자 했던 스승 이적요(박해일 분)도 죽은 뒤, 그의 유언대로 1년 뒤에 개봉된 변호사가 갖고 있던 ‘이적요가 화자인 글’이다. 둘째는 은교(김고은 분)가 지니고 있던 ‘서지우가 화자인 글’이다. 셋째는 현재와 동일 시간에서 ‘변호사가 화자로 된 글’이다.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된 세 개의 글이 교차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세 인물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각 인물들의 주관·객관적 입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영화 <은교> 속 인물 은교는 주체적으로 표현되기보다는 타인의 시각에 비친 모습으로 묘사된다. 서지우와 이적요가 은교를 보는 두 가지 시선으로 은교를 객체화하는 것이다. 서지우는 은교를 성적 대상으로 보지만, 이적요는 은교를 정신적 교감과 순수함의 대상으로 본다. 영화 <은교>는 소설과 달리 여성을 남성의 시선의 대상인 객체로서만 보고 있다.
소설은 나이 든 시인의 늙음에 대한 성찰과 은교에 대한 사랑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면, 영화는 소녀를 사이에 둔 노인과 청년의 갈등을 통해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의 차이를 강조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저자는 “영화 <은교>는 우리나라 영화사에서 감각적 미장센(Mise En Scène, 연극이나 영화에서 시각 요소들을 배열하고 연출하는 것)을 탁월하고 섬세하게 살린 영화다. 사랑이란 육체적 접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과 감성의 소통이라는 주제가 미장센을 통해 강조된다”며 1인칭 다중시점의 소설 <은교>가 영화화되면서 미장센을 통해 주관적 시점이 강조되고 보다 구체화되었다고 평한다.
역시 김려령 작가의 소설 원작인 <완득이>는 이한 감독에 의해 동명으로 영화화되었다. 이 영화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며 소설 속의 ‘믿을 수 없는 1인칭 서술’을 특징 있게 구현한다. 믿을 수 없는 1인칭 서술이란 주인공 완득이(유아인 분)가 담임 선생님(김윤석 분)을 싫어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믿고 따르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때문에 독자는 서술자의 서술을 반어적으로 이해하게 되며, 영화는 이 부분을 캐릭터와 대사를 통해 표현해냈다.
또한 <완득이>는 다문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주인공 완득이의 어머니는 베트남 사람이며, 담임 교사 동주는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쉼터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완득이가 자기 어머니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가족이 된 외국인의 편입에 대한 절대적 환대의 양상을 보여준다”면서 “자기의 개산을 들여 외국인을 위한 쉼터를 만드는 교사 이동주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소설에서 ‘믿을 수 없는 1인칭 서술’의 방식을 통해 작품과 독자 간의 거리를 좁혔다면, 영화에서는 캐릭터들의 유머 전략으로 이 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책에는 이외에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웰컴 투 동막골> <파이란> 등의 작품들을 분석하고 있다. 부제는 ‘영화로 읽는 세상’이다.
-[북앤북] 최혜빈 기자 20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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