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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간행도서

바우덕이전

by 푸른사상 2013. 1. 22.

 


 

유시연 ㅣ 푸른사상ㅣ  2012년 12월 10일


*목차

 

머리말

들풀
하월선사
개다리패
이별단상
낙화유수
꼭두쇠 바우덕이
암동모 수동모
왕초 도둑
인연
한양
불당골
복사꽃
바람이 되리 꽃잎이 되리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2003년 단편 「당신의 장미」가 『동서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한 작가 유시연은 1959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동국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도 인천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수혜하였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및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인천작가회의 사무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추천의 글

 

나와 문예지 동문인 소설가 유시연이 조선 후기에 실존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남사당패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의 이야기를 유장한 민중서사로 재창조하였다. 23세의 꽃다운 나이에 죽은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안성 청룡사에 고아로 버려지면서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소리와 춤과 기예를 익혀 어린 나이에 남사당 꼭두쇠가 된 덕이. 그녀는 소설 속에서 남사당패를 이끌고 많은 일화를 남긴다. 탐관오리들의 수탈과 인명 경시에 항거하여 일어난 농민 반란군을 관군이 토벌하려고 공격하기 직전에 남사당패가 한바탕 놀이로 훼방을 놓는 장면, 반란군을 도망치게 했다는 죄목으로 끌려간 덕이와 거기서 만난 익산 현감, 마침 익산 현감이 어려서 청룡사에서 같이 공부했던 김석산이라는 놀라움. 경복궁 중건의 차출, 상경 중 산도둑들에 의한 억류, 덕이에 대한 도둑 왕초 꺽쇠의 애틋한 감정, 굶주림과 노숙, 덕이의 몸을 원하는 몰락한 양반과 시골부자들의 행태. 이런 덕이를 업고 불당골로 돌아와 간호하고 무덤까지 써주는 개똥이의 마음이 애잔한 서러움으로 북받친다. 이렇게 유시연은 차별도 대립도 없는 절대평등의 세상구현이라는 주제를 재미와 함께 독자에게 안겨주고 있다.

- 공광규(시인)

 

 

이 소설은 우리나라 최초의 남사당패 여자 꼭두쇠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작가는 그 삶 속에서 피어나는 고난과 열정의 극적 대비를 통해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면서, 아름다운 드라마를 보여준다. 역사 속에서 시들지 않고 들꽃처럼 버텨온 인물을 통해 작가는 조선의 제도와 성별, 신분을 넘어 숭고한 예술혼을 만든 장인을 그려낸 것이다.

- 최종현(영화감독)

 


 


*도서소개

 

유목의 나날과 유랑의 시간을 이야기하다

 

바람과 같이 한 세상을 풍미할 수 있다면 그런 삶은 자유로운 인생일까. 남성들의 세계에 뛰어들어 자신만의 독보적 위치를 자리매김한 여성이 조선시대에 존재했다면 그이는 분명 천재 아니면 돌연변이이다.

시대와 제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연극, 노래, 춤의 공연을 통해 종합예술을 보여준 주인공 덕이는 자유혼을 노래한 만큼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그녀의 인생은 한마디로 세상과 맞섦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서 절에 버려진 고아 소녀는 일찍부터 자신의 존재와 태생적 한계를 절감한다. 막막한 생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떠도는 삶이고, 부유하는 삶 속에서 지상에 애착도 미련도 둘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백성들과 더불어 희로애락을 나눔으로써 승화시킨다.

누구도 가지 못한 길, 여성으로서 기십 명에 이르는 남사당패를 책임지고 끌어가야 하는 일은 부박한 현실의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작가는 규방에 갇혀 사는 조선 여인의 삶에 눈을 돌린다. 평생 유랑의 세월을 보내는 여 주인공과 한평생 밀폐된 규방에 갇혀 사는 안방 부인들의 조우, 그 틈새에 작가의 시선이 머문다. 친정 외에는 세상의 들판에 꽃이 피는지 나무가 자라는지 사랑이 피어나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규방 여인의 눈과 유목의 시간을 떠도는 주인공을 병치시킴으로써 작가는 두 인생의 극적 대비를 통해 인생의 아이러니, 생의 불가해함을 드러내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여성의 대비는 긴 인생의 시간으로 볼 때 불평등한 것만이 아니라 더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빼어난 소리꾼이자 매혹적인 미모를 지닌 주인공에게 뻗치는 남성들의 손길, 굶주리는 사당패를 위해 스스로 부자나 양반과 거래를 트고 몸을 내어주는 보살의 삶을 사는 그녀에게도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있고 이런 그녀를 향한 애절한 눈길의 등장인물이 있음으로써 작가는 복잡하고도 난해한 인생의 변주곡을 연주한다.

소박한 삶을 살고 싶었으나 탐관오리의 등쌀에 집과 터를 버리고 떠나 산 속에 은거한 사람들과 그들을 이끄는 왕초 도둑과의 짧은 만남, 왕이 되고 싶었던 왕초 도둑의 좌절된 욕망은 견고한 기득권층과 사회제약에 묶인 민초들의 삶을 대변한다.

그녀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것은 사랑, 혹은 열정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생의 이면에 도사린 그의 정체성에는 자유롭게 떠돌며 시대의 경계를 떠나 반상의 구별을 떠나 집착도 외로움도 초월하고자 몸부림친 흔적이 보인다. 존재의 꿈틀거림이라 할 수 있는 그의 도정은 우리 땅, 우리 마을 곳곳을 떠돌며 민중 속으로 스며들어 민중과 호흡하고 그들 속에서 꿈을 펼친다.

뭇 사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유목의 삶을 산 그녀는 분명 마녀의 영혼을 지녔음이 틀림없다. 마력을 지닌 매혹덩어리. 그녀가 그랬듯이 인류에 회자되는 몇몇 이름들, 금단의 열매에 대한 욕망과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손에 넣은 이브가 그랬고, 몸을 싸고 또 싸던 남성중심사회에서 맨발로 춤을 추던 이사도라 던컨의 파격이 그랬고, 영혼의 목소리로 고통받는 민중의 연인이자 친구, 어머니로 라틴 아메리카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메르세데스 소사가 그랬듯이 바우덕이 역시 약자의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져준 진정한 시대의 연인이다.

격식에 매인 기존 제도에 대한 저항과 거세된 욕망의 표출은 때때로 짙은 허무와 상실감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현실을 잊게 한다. 심연을 뒤흔드는 노래와 연기는 백성들의 가슴 속 깊은 골짜기에 차오르는 슬픔과 연민의 감정을 치유하며 그들과 함께 호흡한다. 이로써 그녀의 이름은 언덕을 넘고 들을 지나 고을마다 회자된다.

바우덕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남성패거리 집단에서 유일무이한 존재, 그랬다. 그는 분명히 낯설고 독특한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남성들만의 가무 집단인 사당패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우두머리에 오르기까지 그녀의 예술적인 끼와 매력은 근접할 수 없는 매혹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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