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훈 시인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출간
정세훈 시인. 저자 제공
공단 마을 아이들
공장으로 일 나가는 엄마 아빠
서너 살배기 우리를
단칸 셋방에 홀로 두고 가면
골목길을 하루 종일 헤매다가
고만고만하게 생긴
벌집 같은 셋방
끝내 찾아오지 못할까봐
밖에서
방문을 잠가놓고 가면
배고프면 먹고 마시고
심심하면 갖고 놀고
오줌똥 마려우면 누우라고
단팥빵 한 개 물병 하나
장난감 몇 개 요강 하나
놓아주고 가면
어느 날은
방바닥에다
오줌똥을 싸놓고
어느 날은
울다가 울다가
잠들었어요
(동시 공단 마을 아이들 전문)
단칸방에서 피어나는 공단 마을 아이들의 꿈이 영글었다.
공단마을 아이들도 동시나라의 어엿한 일원이 되었다.
정세훈 시인의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푸른사상 동시선 48)이 출간됐다.
벌집 같은 셋방에 살면서 밤낮없이 일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에게는 모처럼 다 같이 함께 누워 자는 순간이 꿈만 같다.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은 다수가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지금, 여전히 우리 사회 소수의 삶을 살아가는 공단 마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쾌하지는 않지만 지극히 실존적이어서 그 유쾌함을 초월, 만감에 젖게 한다.
정세훈 시인은 195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20여 년간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던 중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 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시인이 됐다.
시인은 말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곳곳에 대규모 공단이 조성됐고 그 주변에 공단 마을이 급조성되었습니다. 땅 주인들은 그 흐름을 이용해 방 한 칸에 부엌 하나의 공간을 10여 세대씩 2층으로 벌집처럼 지어 올려 세를 놓았습니다. 한숨처럼 늘어선 초기 공단 마을 그 벌집에서 자란 어린이들이 이제 50대를 바라보는 중년 어른이 되었습니다.
4차 산업으로 이행되어 가는 이 시점까지 그들을 포함, 아직도 공단 마을에서 극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수의 공단 마을 어린이들 정서를 담은 동시집이 한 권도 출간되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이러한 상황이어서 동시 전문 시인은 아니지만 공단 마을 아이들에 대한 동시집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우리 문학사는 물론 역사적 관점에서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에서입니다.
우리 사회 소수의 공단 마을 극빈 어린이들을 다룬 것이기에 다수의 어린이들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하지만 문학은 반드시 다수의 공감만을 덕목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감은 체험에서 얻는 것이고 체험에는 직접 체험과 간접 체험이 있습니다. 공단 마을의 열악한 삶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다수의 어린이들이 이 동시집을 통해 충분히 간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아직도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소수의 동무들 삶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국민일보], 정창교 기자, 2019.03.12.
링크: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137168&code=61121111&cp=nv
'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기신문] 성향숙, <엄마, 엄마들> (0) | 2019.03.15 |
---|---|
[한겨레] 김경애, <원폭 피해 한국 여성들> (0) | 2019.03.15 |
[경기일보] 박노식, <고개 숙인 모든 것> (0) | 2019.03.13 |
[울산매일] 김태수, <베트남, 내가 두고 온 나라> (0) | 2019.03.12 |
[불교신문] 홍성운, <버릴까> (0) | 2019.03.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