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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광남일보] 함진원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by 푸른사상 2023. 3. 24.

 

 

자본주의 삶 대안 ‘두레밥’ 문화 제시
함진원 시인,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 출간
함평 출신 세 번째 출간…‘느린 길’ 등 67편 구성

전남 함평 출신 함진원 시인이 최근 세 번째 시집 ‘눈맑은 낙타를 만났다’(푸른사상 刊)를 펴냈다.

두번째 시집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 출간 이후 5년 만이다. 푸른사상 시선 170으로 나온 이번 시집은 총 4부 67편의 시편으로 구성됐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에 종속돼 끊임없이 욕망과 탐욕에 허우적대는 현대인의 삶을 직시, 그 대안으로 두레밥 문화를 제시한다. 두레밥은 두레로 일을 하고 공동으로 먹는 밥이다. 두레꾼들은 일터로 가져온 점심뿐만 아니라 오전 참과 오후 참 등을 먹는데, 자신의 집에서 평소에 먹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공동체의 유대감을 가져 힘든 농사일을 함께해나가는 상부상조의 토대를 마련한다. 노동력이 없는 마을의 노약자나 과부의 농사를 지어주거나 마을 사람들의 대소사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같은 두레밥 문화는 일제가 토지 조사 사업을 통해 조선인의 토지를 사유제로 만들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영 신분의 조선 농민들이 소작인으로 내몰리면서 두레밥을 나누는 토대가 상실된 것이다. 해방 뒤에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농촌의 공동화 현상을 가져와 두레밥 문화는 고전적인 유물이 됐다. 그렇지만 두레밥 문화가 완전하게 소멸된 것은 아니다. 그 형태는 바뀌었지만, 현재의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유지되고 있다.

함 시인은 밥을 나누는 공동체의 가치를 제시한다. ‘나는 어떻게 살았길래 눈만 뜨면 밥타령. 많이 먹어라.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밥’ 중)라거나 ‘서로 밥먹고 가라고 말하는’(‘라일락 꽃 그늘 아래서’ 중)이라고 말한다. 또 ‘버스 끊긴 지 오래/선한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불어터진 국수 먹으면서/이런 이야기/저런 이야기’(‘비는 내리는데’ 중)라고 ?는다. 그러면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을 믿’고 ‘정의롭게 맑고 진실하게 견디’는 것을 ‘주먹밥 마음’(‘그날, 도청에서’ 중)으로 인식시킨다.

아울러 ‘통장에 문이 열리면 한 달 수고가/빌딩 무덤으로 들어가(중략) 동굴 문 닫힌 줄도 모르고 달리기만 하는/아득한 늪에 허우적거’(‘늪’ 중)린다고, ‘길이 없을 때 길을 만들고/길 잃었을 때 눈 맑은 낙타를 만났어/뒤돌아보지 않고 쉼 없이 가야만 했던/고단한 생 한 점 한 점 찍으며/꿈 접지 못한 채’(‘느린 길’ 중)라며 피폐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제시한다.

문학평론가 맹문재 교수(안양대)는 “두레밥 문화를 재발견하고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고재종 시인은 “정녕 살아야 할 의미를 못 느껴 죽고싶은 사람들을 ‘엄마같은 마음’으로 달래는 이야기고 노래가 되기도 한다”고 각각 평했다.

함 시인은 전남 함평 출신으로 조선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지난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그해 여름의 사투리 조’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시집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와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를 출간했으며, 연구서 ‘김현승 시의 이미지 연구’ 등을 펴낸 바 있다.

광남일보, "자본주의 삶 대안 ‘두레밥’ 문화 제시", 정채경 기자, 2023.3.24

링크:  http://gwangnam.co.kr/article.php?aid=167947692444309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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