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반대쪽은 늘 희망의 자리”
박원희 시인, 12년만에 두 번째 시집 ‘아버지의 귀’ 출간
박원희(55) 시인이 12년 만에 엮은 두 번째 시집 “아버지의 귀”(푸른사상 시선 90)을 들고 나왔다. “아버지의 귀”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믿는, 우직하고 솔직한 시인이 흐린 하늘 위로 쏘아올린 작은 시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4부로 구성된 “아버지의 귀”에는 1부에 ‘용접’, ‘작업화를 신으며’, ‘상실의 계절’ 등을 담아 시인이 생활 속에서 어떤 시어들을 건져올리는지 보여주고 있다. 2부에는 ‘입춘’, ‘박새’, ‘습기’ 등의 시를 담았으며, 3부에는 ‘고양이’, ‘빙하기’, ‘이 순, 선생 생각’ 등을, 4부에는 ‘바람만 꿈꾸다’, ‘한 70년쯤 사랑은’ 등을 통해 시인이 감내해온 내면의 변화들을 풀어냈다.
시인에게 12년은 긴 시간이다. 오래간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내놓은 시인은 “세계는 우연히 온다/ 기다리는 것은/ 더디게 오고/ 기다리지 않는 것은/ 빠르게 지나간다/ 바라볼 수 없던/ 바라본 적도 없는/ 세계/ 벌써 기다리던 세상은/ 지나갔는지도 모른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안상학 시인은 “박원희의 시는 아픔을 이야기하는 듯 한데 아픔이 없다. 눈물을 그리는 듯한데 눈물이 보이지 않는다. 고통이 깔려 있는 듯한데 일그러진 표정이 잡히지 않는다. 그의 향리를 관통하는 무심천(無心川)이 떠오른다. 무덤덤 심심한 그의 시들 앞에서 잠시 갈피를 잃는다. 그 까닭을 나는 한의학에서 찾는다”며 “‘황제내경’을 공부하며 침을 곧잘 놓는 그는 좌통우치, 상통하치에 익숙하다. 아픔의 반대쪽을 짚는 그의 손끝처럼 삶의 아픔을 대하는 그의 자세도 반대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짐작한다. 아픔의 반대쪽은 늘 그렇듯 꿈의 자리, 희망의 자리가 아닌가. 시를 대하는 그의 마음자리가 아픔의 반대쪽을 서성이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리라. 험난한 치병의 밤을 건너는 그만의 방식이 이 시집의 주조를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시인은 자신이 쓴 시를 바라보며 “상술이 시가 될 수 있는지” 의심한다. “시가 바람이 나서 이렇게 소설처럼 말해도 되는 건지” 걱정한다. 독자들은 이러한 시인의 발언들과 마주할 때 그의 언어가 세련된 것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시인에 대해 문학평론가 문종필씨는 “그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시인이다. 구부러진 사회를 향해 힘 있게 소리 낼 수 있는 우직한 시인이다. 자신이 뱉은 말에 책임을 질 줄 안다. 거짓말하지 않는다. 힘들게 버틴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러한 미덕은 우리가 ‘현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현대적인 것’일 수 있다”고 평했다.
박원희 시인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대학교를 졸업했다. 1995년 ‘한민족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시집 “나를 떠나면 그대가 보인다”를 간행했다. 시를 배달하는 사람들 ‘엽서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충청매일」, 최재훈 기자, 2018.7.25.
링크: http://www.ccdn.co.kr/news/photo/201807/530475_202067_04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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