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간도서

송하선 시선집, <여든 무렵의 고독>

푸른사상 2024. 10. 17. 09:54

 

분류--문학()

 

여든 무렵의 고독

 

송하선 지음|138×198×15mm(하드커버)|168쪽|20,000원

ISBN 979-11-308-2180-1 03810 | 2024.10.21.

 

 

■ 시집 소개

 

인간의 심연에 가로놓인 고독과 짙은 애수

 

송하선 시인의 시선집 『여든 무렵의 고독』이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한국 서정시의 맥을 이어온 시인은 그동안 써온 시편 중에서 인간의 심연에 가로놓인 고독을 노래한 61편을 직접 선정하여 한 권으로 엮었다. 시편마다 지나버린 생을 돌아보는 깊고 그윽한 명상과 관조에서 나오는 애수가 짙게 깔려 있다.

 

 

■ 시인 소개

 

송하선

1938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대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 등을 졸업했고, 중국문화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1년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80년 우석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여 도서관장, 인문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우석대 명예교수이다.

시집으로 『다시 長江처럼』 『겨울풀』 『안개 속에서』 『강을 건너는 법』 『가시고기 아비의 사랑』 『새떼들이 가고 있네』 『그대 가슴에 풍금처럼 울릴 수 있다면』 『아픔이 아픔에게』 『몽유록』 『유리벽』, 저서로 『詩人과 眞實』 『韓國 現代詩 理解』 『中國 思想의 根源』(공역) 『未堂 徐廷柱 硏究』 『한국 현대시 이해와 감상』 『시인과의 진정한 만남』 『한국 명시 해설』 『서정주 예술 언어』 『夕汀 詩 다시 읽기』 『시적 담론과 평설』 『송하선 문학 앨범』 『未堂 評傳』 『신석정 평전』 등이 있다.

전북문화상, 전북 대상(학술상), 풍남문학상, 한국비평문학상, 백자예술상, 목정문화상, 황조근정훈장, 한국문학상 등을 수여받았다.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모란과 동백

여든 무렵의 고독 / 담쟁이 / 학 / 여름에 오는 비 / 여름밤에 / 달아 (1) / 어느 날 문득 / 박꽃 (1) / 달아 (2) / 살얼음판 / 화엄사의 밤 종소리 / 꽃 / 싸락눈 (2) / 시는 왜 쓰나 / 모란과 동백

 

제2부 나목의 시

시가 부질없다 / 유리벽 / 그대는 /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 소나기 / 눈썹달 / 박꽃 (2) / 나목의 시 / 시인이여 너는 / 싸락눈 / 연꽃 (2) / 까치집 / 강을 건너는 법 / 신(神)이 내려주는 언어 / 안개보다도 노을보다도

 

제3부 사랑을 위한 서시

연꽃 (3) / 갈대 / 분수를 보며 / 사랑을 위한 서시 / 삼례의 장날 / 세월호에서의 편지 / 네 가슴속에는 / 겨울풀 / 나의 시(詩) / 여든 살이 넘으면 / 모닥불 / 과수원에서의 환상 / 달이 흐르는 강물처럼 / 손 / 나비 / 신록의 푸르름 위에

 

제4부 저 붉은 낙조처럼

섬 (5) / 매미의 울음 (1) / 가을의 시 / 저 늙은 소(牛)는 / 노인과 나무 / 하늘 아래 첫 동네 / 소쩍새 울음 / ‘어머니’라는 이름 / 낮은 목소리로 / 산의 속살 / 달밤 / 라일락 꽃 / 꽃과 나비 / 저 붉은 낙조처럼 / 겨울 하늘

 

■ 작품 세계

        현자의 세계에 이르러 _ 홍기삼

         우리 가슴에 향기처럼 오래 남아 _ 허영자

         담담함, 혹은 허허로움 _ 장석주

         「신의 언어」가 가장 좋아 _ 中村日哲

         인간애와 민족애를 느껴 _ 津田 眞理子

         너무 기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읽어 _ 川本京子

         여든 무렵 자유인이 영원을 노래하다 _ 진정구

 

■ 작가 연보

 

 

 

■ '시인의 말' 중에서

 

시집의 제목 『여든 무렵의 고독』에서의 ‘고독’은, 청춘의 방황이나 사랑 등에서 오는 고독이 아니라, 노년의 절망과 퇴락에서 오는 그런 고독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여기 61편의 시편들을 추린 것도,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고, 아내 윤정과 결혼한 지 61년의 해에 맞춰봤을 뿐이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써 모은 시편 700여 편들이 어쩐지 허무한 생각이 들어서 알곡으로 추리고 추린다는 것이 이런 범작들이 되고 말았다. 이성과 감성이 결합된 시를 시도했으나, 재주가 모자란 모양이다. 그리고 짧은 언어 속에 인생이 농축되지 못한 모양이다.

아무튼, 이 범작들이 독자들의 가슴속에 풍금 소리처럼 잔잔하게 울려지기를 바랄 따름이다.

 

 

■ 작품 세계

  

송하선 시인의 시세계는 소월(素月) 김정식(金廷植)으로부터 미당(未堂) 서정주를 거쳐 박재삼으로 이어지는 전통 서정시의 계보에 속한다. 송하선의 시들은 우리 시를 휩쓸고 지나간 민중시도 아니요, 해체시도 아니요, 생태시도 아니다. ‘나’의 개체적 삶의 경험에서 길어내는 소박하고 조촐한 서정시의 세계다.

개체의 경험 중에서도 숭고하고 장엄한 것보다는 자연이나 가족, 이웃, 나날이 일상과의 교섭에서 이루어지는 하찮고 사적인 경험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우선 그이의 시들은 삶으로부터 나오는 정한(情恨)의 세계를 주로 노래한다. ―장석주(시인·문학평론가)

 

죽음과의 대면이 ‘나이와 직접 관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의 종점을 서성거리는 여든 무렵이 되면 그것은 일상사에서 자주 숙고의 대상이 된다. 석양에 지는 해를 보며 젊음의 뒤안길을 반추할 때마다 지상과의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 하는 마지막 시간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노년 세대에게 부여된 과제이다. 송하선 시인에게 당면한 문제도 ‘노년과 죽음’이다. 바람직한 죽음은 훌륭한 생의 뒷받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어떤 삶이 훌륭한가. 시인은 벌거벗은 겨울나무를 보면서 그 답을 찾아낸다. ―진정구(문학평론가·전북대 명예교수)

 

 

■ 시집 속으로

 

여든 무렵의 고독

 

저승 같은 검은 구름이

황홀한 고독을 말해주네요.

 

여든 무렵의 고개를 넘으니

친구들도 그 구름 속으로 많이들 갔고,

 

친척들도 그 구름 속 마을로

멀리멀리 떠나갔지만,

 

구만리 머나먼 그곳을

혼자서 저벅저벅

어이 갈지 두렵고 두렵네요.

 

그 마을은

아내와도 함께 가지 못하는 마을,

어떻게 이별해야 할지도

두렵고도 두려운

여든 무렵의 고독.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조금은 먼 거리에서 바라보면,

 

예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달이 흐르는 강물처럼

 

달이 은은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그대와 함께 흐를 수 있다면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

그대가 달이 되어 흐를 수 있다면,

 

은빛으로 그윽이 반짝이는 강물

산기슭을 휘돌아 흐르는 것처럼

달을 안고 은빛 물살 이루며

굽이굽이 휘돌아 흐를 수 있다면,

 

드디어 은빛 드넓은 바다에 닿아

눈먼 거북이가 나무토막 만나듯

바다에서 그대와 다시 만나

은빛 물살 이루며 함께 갈 수 있다면,

 

안개꽃처럼 은빛 물살 이루며

영원의 바다에 닿을 수 있다면

그대와 내가 안개꽃처럼

영원의 섬나라에 닿을 수 있다면,